Wälbs/말과 말들...

물 위 걷기

행복나무 Glücksbaum 2007. 12. 7. 16:12

 

세 스님이 함께 참선을 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어느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고 참선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스님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말했다.

“좌복(방석)을 깜박 잊고 왔네!”

 

그리고 그 스님은 호수에 발을 척 올려놓더니

기적처럼 물 위를 걸어서 맞은편에 있는 오두막으로 건너갔다.

 

 

그가 돌아오자, 두 번째 스님이 일어서더니 말했다.

“내 속옷을 빨아놓고 널어놓는 걸 깜박했구나!”

 

그런데 그 스님도 역시 물 위를 사뿐히 걸어서 호수 저편으로 건너갔다가

잠시 후 다시 돌아왔다.

 

 

호숫가에서 참선하려고 앉아있던 세 번째 스님은, 앞서 두 스님들이

보여준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나서,

자신도 스스로의 법력을 시험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도 열심히 참선을 해왔는데, 내 법력이 저들보다 못할 리가 없다.’

 

그는 주저 없이 호수의 가장자리로 걸어가서 천천히 물 위로 발을 디뎠다.

그렇지만 그 스님은 물 위를 걸으려 하자마자 “풍덩!” 하고 깊은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그는 한참 만에 겨우 물 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그러나 그 스님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였다.

“풍덩!” 그는 또 물속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 스님은 결코 굴하지 않고 다시 물속에서 헤엄쳐 나와서는

또 물 위를 걸어보려고 몇 번이나 반복하였다.

그러나 결국 물위를 한 발자국이라도 걷기는커녕

그때마다 여지없이 깊은 물속에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다른 두 스님들은 말없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 중 한 스님이 다른 스님을 향해서 말했다.

 

“저 녀석에게 징검돌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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