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2012/04/04

행복나무 Glücksbaum 2012. 4. 4. 17:39

샬롬!

고난주간에 대만에서 인사를 드립니다.

대만의 최근 핫 이슈 가운데 하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겪었던 문제입니다만, 대만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대신 무역투자협정(TIFA) 체결을 협상 중인데, 쇠고기 수입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미국산 쇠고기에서 대만이 사용금지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는 ‘베타 아드레너직 에고니스트(beta-adrenergic agonist)’계 락토파민이라는 물질이 검출되어서 대만이 한동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어려운 ‘베타 아드레너직 에고니스트’란 이곳에서는 ‘쇼우로우징(瘦肉精)’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어 단어의 뜻인즉 ‘고기의 지방을 빼주는 물질’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고, 말 그대로 동물의 지방축적을 억제하고 단백질합성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축 사육을 할 때 지방을 줄이고 단백질의 양을 늘여 고기의 등급을 높이기 위해 사료에 섞는다고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성장촉진제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장촉진제는 각종 현대병들의 원인이 되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하고, 동물들에게도 면역체계에 이상을 가져와 조류독감 같은 질병에 더 잘 걸리게 한다고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최근 한국 학생들의 키가 많이 커진 건 성장촉진제가 섞인 고기들을 오랫동안 먹어서 웃자란 탓이어서 결코 바람직한 성장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베타 촉진제 같은 물질의 사용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서 아직 나라들마다 입장이 다르다고 하는데, 대만은 지금까지 유럽이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용금지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만 정부에서는 미국과의 교역 문제 해결을 위해 성장촉진제 규제를 완화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려 하고 있고, 시민단체나 농민단체들에서는 국민 건강과 자국 농축산업 보호를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성장촉진제가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나간 후 사람들의 관심은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에 몰렸고, 국내산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만 위생서는 시장에 유통되는 쇠고기 샘플을 검사한 결과 일부 호주산 쇠고기에서 락토파민보다 독성이 다섯배나 더 강한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발표를 했고, 뿐만 아니라 대만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대만 유명 식품회사 제품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락토파민이라는 물질보다 더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살부타모 등의 물질이 검출되어 해당 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수거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천식치료제로도 쓰이는 살부타모는 장기간 섭취할 경우 두근거림, 매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대규모 촛불시위 같은 건 있지 않았지만, 지난 4월 1일 밤에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촛불을 들고 타이베이의 총통부 앞에서 쇼우로우징을 사용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침묵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뉴스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도대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있기나 한지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쇼우로우징’ 문제와 맞물려서 지난 3월 초에는 다시 대만 일부 지역에서 조류 독감이 발견되어 수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했다는 소식도 전해져 사람들로 하여금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습니다. 지금 한국의 먹거리 안전성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3월 중반에는 한 한국인 유학생 이야기가 여러 날에 걸쳐 뉴스에 보도되었습니다. 내용인즉 음주운전을 해서 노인을 죽게 한 한국인 유학생이 보상을 하지 않고 한국으로 가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의 한국인 학생은 2년 전 대만에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러 온 장 모라는 학생으로, 밤새 술을 마신 후 새벽에 운전을 하다 아침식사 장사를 준비하러 나온 노인 부부를 쳐서 남편은 사망을 하고 부인은 부상을 입게 했다고 합니다. 학생은 그 후 형사재판을 통해 1년 4개월 형을 언도받았고, 민사재판을 통해 780만 대만달러(3억 원 가량)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 3월은 이 학생의 복역이 끝나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만 법에 의하면 외국인이 형사처벌을 받아 복역을 할 경우 출옥이나 사면과 함께 강제 출국을 시키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 모 학생은 출옥 후 30만 대만달러만 배상을 한 상태에서 강제 출국되어 한국으로 돌아갔고,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배상을 받고 싶거든 한국에 와서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그간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학생이 잘못을 뉘우치는 행동을 보이지 않더니 결국 법의 허점을 이용해 타협한 배상금도 지불하지 않고 도망을 쳤다고 말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무슨 돈으로 변호사를 사며 어떻게 한국까지 가서 배상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냐고 대만 정부를 향해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매체들은 한국과 대만 사이에 공식 외교관계가 없어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한국까지 가서 자비로 배상 문제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범죄인이 합법적으로 도망을 갈 수 있게 만드는 이런 불합리한 법 때문에 대만이 외국인들의 범죄 천국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야당 등에서는 차제에 이런 불합리한 법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며칠 동안 이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는 걸 보면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왠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북간의 긴장이나 한국인 범죄 같은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소식이 한국 뉴스로 전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학교에서는 고난주간 예배가 드려집니다. 좀 더 많은 학생과 교직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드리지만, 참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성탄절 음악예배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성탄절 음악예배는 점심시간 대신 오후에 드리고 예배가 끝난 후 참석자들 모두를 위한 만찬회를 준비해서 더 많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단체에서 세운 학교라고 해도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어디서든 복음을 전파하는 데는 진정한 사랑에 근거한 지혜와 인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죽음의 권세를 이기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삶 속에 충만하길 기도드리며,

 

 

2012년 4월 3일,

 

대만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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