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2012/01/05

행복나무 Glücksbaum 2012. 1. 6. 21:04

샬롬!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까지 언제나 변함없으신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가 혼 한 해 삶 속에 더욱 넘치기를 기도드립니다.

 

사실 올 해는 몇 년 전부터 인류 대재앙 혹은 종말의 해가 될 거라는 예언의 대상이 되곤 했던 해입니다. 우리 인류는 금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요?

불길한 예언의 대상인 2012년이지만, 사람들은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기대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타이베이의 101층 건물에서는 금년에도 대단한 불꽃 쇼를 선사했습니다. 남쪽에 있는 제 2의 도시 가오슝에서는 한국의 롯데월드 같은 쇼핑 및 오락 센터인 ‘이다(義大)세계’에서 송구영신 행사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사람들이 소망하는 대로 올해는 대재앙의 해가 아니라 지구 위에 거하는 모든 사람과 피조물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 평화롭고 행복한 해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약 일주일 후인 1월 14일(토)에 이곳 대만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일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집니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대만은 매일 대선 후보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뉴스가 채워졌습니다. 공식 선거전에 들어가기 전 여론 조사에서는 여당 국민당 후보인 현 대통령 마잉주 씨가 야당 민진당 후보 차이잉원 씨를 다소 앞서고 있었습니다만, 그 차이가 좁혀지고 있던 차에 여당 성향의 송추위 씨가 신민당이라는 신당을 만들어 출마를 했기 때문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년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이합집산을 하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곤 해서 어느 시절 어떤 정당이 있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혼란에 빠져 있어서 이번 선거에 또 새로운 이름의 정당들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삼모사의 고사에서처럼 명목만 바뀔 뿐 실재는 변하는 것이 없고,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정치인들은 계속 새 정당을 만들어 내면서 자신들이 새로워진 것처럼, 그리고 뭔가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것처럼 바람을 잡습니다. 그 자체가 국민을 속이는 일종의 기만행위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국민들은 달리 대안이 없으니 다시 한 번 속아주는 척하면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은 선택의 자유를 가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선택의 여지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민주주의나 대의정치의 허구를 보여주는 일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만에서는 야당에서, 한국에서는 여당에서 여성 대통령 배출을 노리고 있는데, 과연 성공을 할는지 궁금합니다. 한국과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대만이 그런 점에서도 비교거리를 가지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민당에서는 이전 집권당이었던 민진당이 집권하던 8년 동안 대만이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꼴찌로 전락했다고 말하면서, 민진당이 8년 동안 이루지 못한 실적들을 국민당이 이루어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진당에서는 일부 상황이 다소 개선된 부문의 수치만 내세워서 국민당이 정치를 잘 한 것같이 말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대만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이번에는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꾸자(改變)’는 구호는 2008년 대선에서 국민당이 사용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민진당의 구호가 되었습니다.

 

선거전 기간 동안 각 정당은 다양한 홍보 영상물들을 텔레비전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데,국민당의 홍보물 가운데는 국민당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정당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영어 표현이 문법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러 지역의 젊은 국민당 정치인들이 차례로 등장해서 자신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일을 이루어냈다고 말하면서 ‘impossible’이라는 단어를 ‘I'm possible'이라는 구절로 고치는 것을 아이디어로 한 홍보물이었습니다.

 

민진당의 홍보물 가운데는 후보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홍보물이 있었습니다. 그 영상 홍보물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재능이 없는 게 아닙니다. 다만 관습상 남자가 앞에 서도록 해왔을 뿐입니다. 이번에 우리 다함께 바꿔 봅시다. (女性不是沒才能。只是習慣讓男人站在前面。這次我們一起來改變。)”

 

그러나 다른 홍보물에는 그보다 좀 더 보편적인 면에서 다시 한 번 음미하게 하는 구절이 있어서 소개를 할까 합니다. 그 홍보물은 영어로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Taiwan, where are you? Taiwan, what do you want? Taiwan, where are you going? What's next?”

 

모든 사람이 적어도 새해에는 한번쯤 자신을 향해 물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들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으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자신이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불평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향하고 있는 곳이 과연 자신이 원하는 바와 부합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는 바른 길인지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바른 선택을 했든 그렇지 못했든 우리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라고 해야겠지요.

 

새해에는 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좀 더 겸손해지고, 좀 더 슬기로워지길 원합니다. 그러면 세상은 좀 더 평화로워지고 아름다워지리라고, 우리의 삶은 좀 더 즐거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삶 속에서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기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도드리며,

 

 

2012년 1월 5일,

 

대만에서 구 @ @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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