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2012/11/05

행복나무 Glücksbaum 2012. 11. 5. 11:14

샬롬!

   
 구창완입니다. 대만에서 몇 가지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얼마 전인가 한국 드라마에서 중국 음식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중국 요리는 전부 볶거나 튀기는 것”이라고 말한 장면을 놓고 중국 시청자들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인터넷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들의 이의제기가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이란 나라는 한(漢)족을 중심으로 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뭉뚱그려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그들 자신이 말하는 대로 세상 모든 것을 모으고 아우르는 ‘중화(中華)’의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고구려 역사도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구도 많고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문화들의 총합체가 중국 문화이기 때문에 중국 요리에는 다양한 음식 조리법과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중국인들의 일상적인 조리법을 보면 한국 드라마의 묘사도 결코 틀리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도 보면 요리의 주 도구는 밑이 둥근 프라이팬이고, 일단 기름을 넉넉히 두른 뒤 재료를 볶는 식으로 조리를 합니다. 당근이나 고구마, 무 같은 것을 날로 먹는다고 하면 놀라는 표정을 짓고, 생야채를 먹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야채를 데쳐낼 때도 뜨거운 물에 데치기보다는 기름에 살짝 볶아 데치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모든 요리에 기름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생선을 조리할 때도 일단 기름에 튀겨낸 뒤 육수를 부어 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중국 요리는 전부 볶거나 튀긴 것이라는 말도 크게 틀린 게 아닙니다.

 

 기름기가 도는 음식보다는 담백한 걸 좋아하는 편인 우리 부부에게 이곳의 일반적, 특히 전통적인 음식은 그리 입맛에 맞는 게 아닙니다. 밥에도 기름이나 비계가 많은 고기를 넣어 찌는 경우들이 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은 고기나 기름기를 좋아합니다. 대다수 선교사들도 대만 음식이 맛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저희 부부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현지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할 선교사가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합니다. 아무튼 기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외식을 잘 하지 않는 편이고, 그래서 아내는 제게 식사 약속이 없는 한 저를 위해 매일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건 식당에서 사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듭니다. 이곳의 일반적인 음식 값은 고급 식당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국보다 비만의 문제가 심각한 이곳에서 비만이 되지 않으려면 한국식 식사를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돈도 많이 들 뿐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해 어떤 첨가물을 넣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외식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대만에 온 후로는 더욱 그런 편입니다.

 

 한국의 식사 문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 식사 문화는 철저하게 밥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밥과 반찬의 대비가 분명합니다. 철저하게 밥이 주식이고, 다른 음식들은 밥의 맛과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보조자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다 있어야 제대로 식사가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음식은 독립적인 요리의 개념입니다. 그래서 한 끼에 한 가지만 시켜 먹어도 됩니다. 그러나 한국 요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식탁은 늘 종합적입니다. 그래서 외국인이 한국의 대표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음식의 대표로 인식되고 있는 김치는 독립된 요리가 아닙니다. 불고기도 그 자체만으로 식사가 될 수 없고 밥과 반찬이 있어야 합니다. 그나마 반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립적 성격을 가진 게 비빔밥이고, 그런 점에서 다른 나라의 식사 개념과 통하기 때문에 비빔밥이 가장 먼저 세계화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튼 밥은 명실상부한 한국의 주식이고, 그래서 식사에서 밥맛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밥이 맛있어야 좋은 식당으로 이름이 나고, 식당들은 좋은 쌀을 쓰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경우는 밥을 짓는 게 아니라 볶거나 양념을 해서 찌는 등 쌀로 조리를 하기 때문에 쌀의 질을 과히 중시하지 않습니다. 쌀을 밥으로 먹는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와 다른 점입니다.

 

 최근 한 뉴스에서 대만에서 생산되는 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대만에서는 100여 종의 쌀이 생산되는데, 그 가운데 최고급으로 꼽히는 것은 일본에서 들여온 종자인 위에광(越光)미로, 점성도 좋고 탄성도 높아서 다른 쌀에 비해 2~3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동부의 츠상(池上) 지역에서 생산되는 츠상미가 고급으로 꼽혀서 다른 품종에 비해 비싼 가경에 팔리고 있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팔리고 있는 것은 진둔(金墩)미로 전체 쌀 판매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점성도 떨어지고 탄력성도 그리 좋지 않지만, 대만에서는 쌀이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저렴한 쌀을 사서 먹는 듯합니다.
  그런데 최근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진둔미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진둔미의 농약 잔류량이 기준치를 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그래서 진열대에서 진둔미가 내려진 것입니다. 그런데 3일 후 사장은 검사 보고서를 잘못 봐서 그런 보도가 나온 것이고, 지난 수개월간의 검사 결과는 진둔미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해명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고, 사람들은 그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검사 보고를 잘못 봤다는 게 말이 되느냐, 자기들끼리 문제가 없다고 하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시큰둥해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 농심라면의 일부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소식 때문에 제품들이 진열대에서 내려지고 환불을 해 주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만의 농심라면 보급 측에서는 문제의 물질들이 일부 제품에서 0.75ppb 혹은 0.76-1.27ppb 검출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이것은 정부의 공식 검사 결과도 아닐 뿐 아니라, 유럽이나 한국의 기준치 5ppb에 훨씬 못 미치는 소량이고, 일본이나 대만은 아직 이 물질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면서, 대형 마트들이 발암물질 검출과는 상관이 없는 품목까지 성급하게 물건을 내리고 환불을 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정부의 공식 검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USA Today 지가 선정한 커피를 음미하기 좋은 세계 10대 도시(World's 10 best cities for coffee) 가운데 아시아 도시로는 유일하게 타이베이 시가 꼽혔다고 이곳 언론에서 보도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타이베이의 명동에 해당하는 시먼딩(西門町)에 있는 작은 커피점 펑다(蜂大)가 추천 장소의 하나로 소개되었는데, 아직 커피보다는 차가 선호되고 있는 대만에서 5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커피점은 대만 구컹(古坑)에서 생산되는 대만산 커피 원두를 사용해서 커피를 만든다고 합니다. 한국도 대단한 커피 소비국이고, 한국 커피점 체인들이 위세를 떨치고 있긴 하지만, 커피 원두를 생산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는 커피 원두가 생산되고 있고,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공 생산되는 고품질의 자국 커피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선정 이유로 작용한 듯합니다. 참고로 다른 도시들을 소개하면, 비엔나, 시애틀, 하바나, 멜버른, 리스본, 포틀랜드, 오슬로, 사웅 파울로, 밴쿠버였습니다.

 

   모레가 입동이라고 이곳 언론에서도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추위가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겨울에도 덥게 느껴져서 이곳은 계절 변화가 없이 일 년 내내 여름 날씨라고 했었는데, 날씨에 적응하고 나니까 겨울이 춥게 느껴집니다.

   새 학년 개강 후로 어느 해보다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만어 공부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되었는데, 대만어를 배울 시간이 좀처럼 나질 않습니다. 11월, 12월에는 개교기념일, 성탄절 등 여러 가지 학교 행사들이 있어서 더욱 분주합니다.

   창롱대학은 금년으로 개교 19주년이 되었습니다. 대만에 사립대학이 허용된 지 오래 되지 않아 사립대학들은 모두 역사가 짧습니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로 대학들마다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창롱대학은 하나님의 은혜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편입니다. 남부지역에서 최고의 사립학교로 선정되기도 했구요. 금년도 합격생의 90% 이상이 등록을 해서 학생 유치도 아주 성공적으로 된 편입니다.

   개교 19주년 행사의 슬로건은 “장따 스지우, 톈창 띠지우(長大十九, 天長地久)”입니다. ‘창롱대학 열 아홉 돌, 하늘과 땅처럼 영원하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한 쌍의 사자성어(사자성어)를 각운을 맞추어 만든 구호입니다.


  

 

 

  저희 내외를 기억해 주시고 후원해 주심에 감사들 드립니다.

  주께서 그 사랑에 더 풍성하고 좋은 것으로 갚아 주시길 기도드리며,

 

 

  2012년 11월 5일,

 

 

  대만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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