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Sag mal, Was ist denn los?

'은혜' Grace

행복나무 Glücksbaum 2006. 12. 10. 10:10

 

내가 좋아하는 흑백으로 된 소박한 그림이다.

 

머리가 희고 수염이 텁수룩한 한 할아버지가 혼자서

작업복을 입은 체 식탁에 앉아서 기도하는 그림이다.

식탁이래야 한 접시와 식빵 한 덩어리가 전부다.

 

그 접시 옆에는 두툼한 성경책이 놓여있고

그 위에는 안경이 놓여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할아버지는 입고 있는 작업복으로 보아서

조금 전까지도 밭에서나 목장에서 일하셨던 것이 분명하고,

깍지 낀 두 손의 뼈 마디마디가 굵게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아서

그는 평소에도 열심히 일하는 할아버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식사를 하는 그 식탁에 성경이 놓여있고

그 위에 안경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할아버지는 틈만 있으면 자주 성경을 읽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할아버지가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그림의 제목을 "Grace"/ 은혜라고 했다.

 

나는 이 그림을 좋아한다.

이 그림에는 우리의 삶에 대단히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그 하나는 음식이다. 스프와 빵이다.

아마도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보리밥과 된장찌개.

 

먹을거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일을 할 수도 없고,

공부를 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다.

먹을거리가 없으면 사람은 살아 갈 수가 없다.

그러기에 사람에게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밥이다.

 

옛말에 "사흘 굶고 담 넘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고

서양에서도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모른다." 는 말이 있다.

예수도 우리에게, 우리가 하느님께 기도해야 할 제목 중에 하나를

"오늘 우리에게 양식을 주옵소서."하고 주실 밥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다.

이만큼 밥은 우리에게, 우리의 삶의 조건으로써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이다.

을지로 6가에 점심을 먹으려고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어느 허름하게 옷을 입은 한 중년 남자를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식당에서 등을 밀쳐내면서 주먹으로 때리고,

욕을 하고 야단이 났다.

 

요새 아이들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때리면 맞고, 밀치면 밀리고, 욕을 하면 욕을 듣고

조금도 반항하지를 않았다.

나중에 들으니까

식당에 들어와서 음식을 시켜 먹고서 돈이 없다고 한 것이다.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어렵게 하는 장사인데 손님인체하고 들어와서 음식을 시켜 먹고는 돈이 없다니 화가 날만도 하다.

그러나 반대로 그렇게라도 해서 먹을 수밖에 없는 그의 입장은 오죽했겠는가?

배고파 죽느니 차라리 그렇게 해서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 했을 런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그는 욕을 듣고, 매 맞을 각오를 했을 것이다.

파출소에 끌려갈 각오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먹을 수밖에 없는 그의 입장이 오죽 했겠는가?

이와 같이 밥이 없이 한순간도 살 수 없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먹을 양식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많이 있다.

특별히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걸거나 먹을 것이 없어

하루에도 수백 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할아버지는 먹을 밥이 식탁 위에 있다.

기름진 고기나 맛있는 채소가 없어도 수프가 있고 빵이 있다.

보리밥과 된장찌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것이 이 그림이 보여주는 우리 삶의 중요한 하나의 요소이다.

 

또 하나의 요소는 희망과 믿음이다.

이미 여러 번 읽었을 것 같은 두툼한 성경책이 식탁 위에 있고

두 손은 깍지를 끼고 하느님에게 드리는 기도가 있다.

 

이 그림이, 그림으로써 가치가 있고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이 할아버지가 가진 이런 믿음 때문이다.

만일, 이 그림에서 식탁 위에 있는 성경과 고개를 숙인 할아버지의 기도를 빼버리면

이 그림은 한 늙고 가난한 노인의 초라한 식탁 외에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 그림은 한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을 동정하게 만드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하는 것은

이 할아버지가 가진 믿음 때문이다.

한 접시의 수프와 한 덩어리의 빵을 놓고도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그런 믿음 때문이다.

믿음은 가난한 식탁에서도 감사의 조건이 된다.

믿음은 외로운 할아버지도 하느님과 소통하며 동행하도록 만들어준다.

믿음은 고되고 지친 우리의 삶에 위로와 용기를 준다.

믿음은 하루하루 우리의 생활을 하느님과 연결시켜 준다.

 

우리에게 이런 희망이 있다면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거룩하게 만들어 준다.

이것이 그분께로부터 오는 '은혜'이다.

 

늙고 외로운 할아버지,

가난하고 초라한 그 식탁도 이런 믿음이 있어서 그 그림은 은혜(Grace)가 된다.

이것이 이 그림이 가진 두 번째의 중요한 요소다.

 

세 번째, 이 한 폭의 그림 속에는

빵이 있고, 믿음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보이는 현실이 있고 보이지 않는 믿음의 세계가 있다.

인간의 외로움이 있는가하면 하느님의 위로가 있다.

할아버지의 머리가 흰 세월이 있는가하면

숙인 고개를 넘어 '영원'도 있다.

이 그림에는 이 두 가지의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이 감동을 준다.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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