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2013/04/02

행복나무 Glücksbaum 2013. 4. 2. 17:15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의 주 예수의 능력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의 세력, 죽음의 세력들을 몰아내 주시길 …

 

 

5년 전 제가 창롱대학교에 왔을 때는 한국어를 가르치던 강사 한 분 외에는 교내에 한국인이 없었습니다. 도시가 그렇게 크지 않은 관계로 타이난 시 자체에 한국인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교환 학생이 몇 명 교대로 한 학기, 혹은 두 학기 있다 가는 게 전부여서 늘 적적했는데, 지난 해 체육학과에 한국학생이 한 명 정식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창롱대학교 럭비 팀은 대만에서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어서 그 동안 한국의 여러 고등학교와 대학교들이 전지훈련을 와서 교류를 하곤 했는데, 그 가운데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유학을 온 것입니다. 그래서 캠퍼스 내 고정 한국인이 둘이 되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교수 한 분이 더 오셔서 한국인이 세 명으로 늘었습니다. 한국어 강사까지 하면 네 사람이겠죠. 새로 오신 박혜경 박사는 신학과 조교수로 구약학 전공이신데, 이화여대에서 공부를 한 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장로교회에서 안수도 받으신 분입니다.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한 사람 더 늘어서 마음이 한결 유쾌하고 든든합니다. 먼저 유학 온 학생의 후배 하나가 입학을 위해 어학연수를 와 있어서 다음 학기에는 캠퍼스 내 한국인이 다섯 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최근 대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핵발전소 건설 문제입니다. 지난 한 달 여 동안 지속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주제였습니다. 현재 대만은 3개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6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북쪽 해안에 두 개, 남쪽 해안에 하나의 발전소가 있고, 동북부 지역에 네 번째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 발전소는 1999년 건설이 시작되었지만, 지난 민진당 시절 비핵화를 선언하면서 건설을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국민당이 집권을 하면서 2009년부터 다시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완공을 위해 다시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전력공사 쪽에서는 이미 많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완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이유인즉,

 

첫째는 핵 발전 자체가 위험하고 (2년 전 발생한 일본의 후쿠지마 사태로 원자력의 위험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안전에 문제가 있으며,

 

셋째는 14년 전 건설이 시작되어서 기술상 문제가 있고,

 

넷째는 이미 충분한 예비 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4 핵발전소를 건설할 당시만 해도 산업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후 많은 공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전력 수요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아서 현재 대만은 수요량의 120%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제4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어났고, 311 후쿠지마 사태 2주년을 앞두고 3월 9일에 열린 제4 핵발전소 건설 반대 집회에는 전국적으로 20만 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면서 정부를 당혹하게 했습니다. 강한 반대여론에 부딪친 정부는 국민투표를 해보자는 안을 내기도 했지만, 여당의 지도자들 내부에서조차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민투표안 자체도 표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학생들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표명이 비교적 적은 창롱대학교에서도 3월 7일 자그마한 반핵 집회가 열렸습니다. 핵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교수 몇 분이 짤막한 강연을 하고, 대만에서 또 하나의 후쿠지마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석자들이 서명을 하고, 대만의 안전을 위해 함께 기도드리는 것으로 순서가 진행되었습니다. 대만인은 아니지만, 저도 대만이 핵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를 바라며 서명을 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하면서, 나는 한국의 원자력 발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핵 문제라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문제뿐 아니라 좁은 국토에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가지고 있고, 원자력 발전 의존도도 높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한반도와 주변의 원자력 발전소 위치 지도는 한국이 원자력 발전 문제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지도를 보면 한반도는 완전히 원자력 발전소에 포위되어 있습니다.

 

 

 

2013년 1월 기준 세계 원자력 협회 (WNA) 통계를 보니, 한국은 4개 발전소에 21기의 원자로를 가지고 있고, 4기가 건설 중에 있고, 5기가 건설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 104기를 통해 전력의 19.6%를 생산하고 있고, 프랑스가 58기에서 77.7%, 일본이 50기에서 18.1%, 러시아가 33기에서 17.6%, 그 다음으로 한국이 23기에서 34.6%를 얻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16기에서 1.8%의 전력을 얻고 있지만, 29기를 건설하고 있고, 51기의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원자력 발전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원자력 발전을 너무 과신하고 미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녹색’ 에너지라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거듭거듭 안전을 강조한다는 건 그만큼 위험과 문제가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인공위성 하나 자력으로 쏴 올리지 못하면서 과연 우리의 원자력 발전 실력을 그렇게 믿어도 될지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충분히 대안 모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손쉽게 이용하고 부릴 수 있다고 해서 우리를 잡아 삼키고 파멸시킬 수 있는 거대 공룡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진정한 녹색 에너지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에너지에 대한 욕구를 무한정으로 키워도 되는 것인지, 지구는 과연 우리의 그런 요구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것인지, 우리 앞에는 외면당하고 있는 많은 중요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세계교회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신학적, 신앙적 성찰의 화두로 제시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안일함 속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에게 죽음의 위험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생명들을 보호하고 소생시킬 책임이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자연을 우리가 잘 관리하며 생명들을 지켜내고, 그 안에서 우리 자신도 안전하고 복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에게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3년 4월 2일

 

 

 

 

대만에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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