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이 밝았다. 긴 발걸음을 옮겨야 할 순간, 그 출발선에 우리는 섰다. 콘베어벨트처럼 역사는 반복을 허용하지 않는 외길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자동 선반 위에서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가꾸어온 고난 찬 삶이었지만 이 행진을 멈출 수 없다.
독일 정착 30여 년 간호원으로, 광부로, 기술공으로, 유학생으로 고달픈 발걸음을 옮기며 외국인 경찰서에서 찬이슬을 맞으며 체류를 위해 차디찬 두 손을 호호 불고, 얼어붙은 두발을 비벼대며 지금에 이겨 나왔다.
"외국인은 떠나라.— 찢어진 눈, 검은머리는 이 땅에서 살아져라." 등등…,
등 밀리는 삶을 이 독일 땅에서 살아왔다.
어떤 뜻을 품고,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며 어떻게 쌓아올린 성과인데, 이 시점에서 멈추어 설 수도, 포기란 있을 수 없다.
한 개인이 경영하는 사사로운 사업에 있어서도 그렇고, 한 단체가 계획하고 추진하는 공공사업이나 한 가정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도 그렇고, 한 민족이나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발전에 있어서도 그렇다.
우물을 팔 경우에도 맨 처음부터 둘레를 넓게 하고, 깊이 파기 시작해야 하고 공력과 정성을 들여 오랫동안 파고, 토양을 깊이 뚫고, 그 밑에 있는 암반까지 도달하여 그 암반 밑을 깨뜨리고서야 거기서 콸콸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중에 포기해 버린다면 그 우물은 쓰지 못할 구덩이가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험만 초래할 뿐이다.
어떤 좋은 일이든, 그것이 뜻 있고 좋은 일일수록 그것은 결코 쉽게는 완성되지 않는 법이다.
만일 그것이 그렇게 쉽고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날림이라 좋은 품질을 갖지 못하고 품질이 떨어져 싸구려가 될 뿐이다.
싸구려가 비지떡이란 우리말이 있듯이 날림은 무엇인가 품질이 떨어지고 싸구려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만일 전쟁터에 나가서 싸움을 한일이 없이 그 누가 훈장을 받았다면 그것은 값진 것이 되지 못한다. 새치기를 해서라도 공짜로 무엇을 하려는 사람은 다른 정직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도적이다.
그 도적이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하자. 그러나 그 도적이 가지는 성취감이라고 할까, 달성의 기쁨이란 짧고 허망할 뿐이다.
그리고 도덕적 양심의 가책으로 오는 두려움으로 다른 사람의 눈에 띌까 봐 괜히 마음 조리며 불안해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의 마음속에는 깊어지는 자조밖에 아무것도 남을 것이 없다.
그와는 달리, 소정의 과정을 정직하게 또박또박 거치고 이수한 사람은 진짜로 보람찬 기쁨을 가지고 즐거워 할 것이다. 모든 값진 것은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 어려우며, 그 만큼의 공력과 수고가 뒤따라 값진 것이 되었다. 그 공력과 수고가 치러지는 과정이 어렵고 오랠수록 이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물건은 그만큼 값이 더 나가는 소중한 물건이 된 것이다. 독일의 파이프 오르겔이나 고급 승용차와 같이 손으로 만들어지는 수제품일수록 값이 엄청나게 비싼 데는 다 이런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모든 일을 해내는데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이 해내야 한다. 풀코스를 달리며 한 발자국도 헛 내딛지 않고, 힘을 아껴 조절하며, 진행과정에서 얻게 되는 고통을 이기고, 적당한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금년 새 천년을 열어 가는 2000년을 맞이하여 안락한 생활보다 크고 작은 위험에 부딪히기도 하고 생의 위기와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의 개인적인 삶의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원대한 목적지를 향해서 달리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 장애, 위기가 주어진다고 해서…,
그렇다고 용기를 잃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도중에 넘어져서는 안 되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통과해야 할 결승점은 아직 저 멀리 있기 때문이다. 원대한 목표를 향하여 달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괴로운 일들, 그 자체는 하느님의 보람찬 고통일 수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만족한 기쁨을 마련해주게 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사람이 그만큼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그 자체가 값지고, 보람 있고 소중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남긴 삶이 미완성품의 삶이라 할지라도 조그마한 완성품으로서 조잡하고 저속한 총집합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의 삶이 도중에 끝이 나서 미완성품이 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그 원대한 목적지만큼 위대한 것이 될 것이다. 그가 품은 뜻 크고 빛나는 목표가 위대했기 때문이다.
한 세기를 보내고 새로운 새 천년, 새 세기를 맞이하며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제된 삶의 질 을 높이기 위하여 반복되는 일상성의 단조로움도 견디어내는 지혜가 필요하고, 새로운 전망을 위해 준비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역사의 변화와 리듬과 상승을 창조적인 생활로 헤쳐 나가야 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우습게 여겼던 것들이 역사의 변화와 수레바퀴를 돌린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한 개인의 역사나,
한 민족의 정착 사나, 그들이 삶을 통해 기록해 가는 역사는 비장하면 비장할수록
그 과정을 통해 더욱 찬연한 빛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도중에서 절대로 멈추어 서서는 안 된다. 견디어내고 이루어내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내야 한다.
열려진 새 시대를 향하여 나를 개방하고, 이 길을 향해 씩씩하게 달음질해가야 한다.
분명, 우리들의 대열 앞에는 하느님께서 함께 서시고,
우리들 앞에 서셔서 우리를 강력한 팔로 이끌어 가시며,
곧은 길, 형통의 길, 행복이 이루어지는 약속을 이루는
참세상- 하느님나라를 예비하고 계시다.
우리들은 믿음으로 택한 길, 구원의 길, 해방의 길, 사랑과 평화가 주어지는 그곳을 향하여
선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꼭 그분의 약속을 쟁취해내고 말아야 한다.
우리들의 길은 최종적인 승리가 약속되어 있는 축복의 길이다.
[11 Jan,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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