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하얀 고무신

글쓴이는, '아버지는 읍에 있는 작은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고, 어머니는 닭을 키우면서 학교에 가신 아버지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삼 형제를 기다리곤 했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자서전의 한 대목처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무신에 대한 기억, 형제간의 우애, 가족의 사랑에 대한 그의 기억을 화롯가 이야기에 첨삭하여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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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무신》
『어느 때부터인가 어머니는 신작로에 나와서 삼 형제를 기다리는 시간에 닭장에 들어가서 달걀을 들고나오는 일에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처음에 세 마리였던 닭이 다섯 마리, 열 마리, 스무 마리까지 늘어갔다.
이런 어머니의 수고로 그 어려웠던 때 온 식구들은 남달리 달걀을 먹을 수도 있었고 어머니 대신 아이들도 닭장에 들어가 아직도 온기 남아 있는 달걀을 두 손으로 들고나오는 기쁨을 경험하기도 했다.
또한 어머니는 그렇게 모은 달걀을 시장에 내다 팔아서 아이들의 옷과 책가방, 그 외의 여러 학용품을 사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아들 삼 형제를 모아놓고 중대한 선언을 하였다. 제일 큰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는 달걀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울상이 된 막내가 무슨 이유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형의 졸업식 날, 옷을 한 벌을 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졸업식은 한 달가량 남아 있었고 그 졸업식에서 큰아들은 전교생을 대표로 우등상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느이 형이 좋은 옷이 없잖니? 그날마저 허술한 옷을 입게 놔둘 수는 없잖아?”
어머니는 웃으며 동생들을 달랬지만 두 동생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있었다.
형은 동생들을 섭섭하게 하면서까지 새 옷을 입고 싶지는 않았다.
 드디어 동생 중 막내는 말했다. “나는 엄마가 새 옷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면 난 졸업할 때 무슨 상도 받지 않겠어.”
그러나 어머니는 말했다. “아니야, 엄마는 큰형이 상을 받게 되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상을 받으러 아들과 함께 연단에 올라갈 그날만 생각하면 설레 는걸.”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어머니는 큰아들을 불렀다. 그리고 근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달걀이 날마다 두 개 없어진다는 것.
 스무 마리 닭 중에서 알을 낳는 닭은 모두 열다섯인데 달걀은 매일 열세 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음 하루 이틀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일주일 내내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너희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주로 닭장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거든”
어머니의 말대로 닭장은 마당 한 모퉁이에 있었고 대문에서도 한참 안으로 들어서야 닭장이 있어, 쉽게 도둑을 맞을 염려가 없었다. 설사 도둑이 들었다 해도 왜 하필 두 개만 들고 간단 말인가?
아버지에게까지 알려서 해괴한 그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 일이 계속되는 동안에 졸업식은 다가왔고 어머니는 읍에 나가 큰아들의 옷을 사 왔다. 붉은색 체크 무니 남방과 남색 자켓이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바지는 입던 것을 그냥 입어야겠구나. 달걀이 없어지지만 않았어도 바지까지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하며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아들이 자랑스러워 아버지에게
“여보, 난 정말, 너무 기뻐서 연단에 올라가 울 것만 같아요.”라고 하기도 했다.
 
졸업식 날, 어머니는 아끼던 한복을 입고 나섰는데 온 식구들은 늑장을 부리는 막내인 동생을 기다리기 위해 한참이나 마당에 서 있어야 했다.
막내인 동생은 아버지가 어서 나오라고 두 번이나 말한 다음에야 방문을 열고 나왔다.
“형들 준비할 때 뭘 했니? 이제 어서 가자. “아버지가 간단히 주의를 주고 막 걸음을 몇 걸음 떼었을 때 제일 뒤에 처져 있던 막내인 동생이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온 식구들이 뒤돌아보니 막내의 손에는 어머니의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들려져 있었다.
그제서야, 큰아들은 한복 치마 밑으로 코를 삐죽이 내밀고 있는 어머니의 낡은 고무신을 보았다. 얼마나 오래 신었던 것인지 색이 바래서 하얀색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막내가 말했다. “내가 엄마한테 주려고 샀어요, 하지만 너무 야단치지는 마세요, 달걀 두 개는 언제나 제 몫이었으니까요”
 
그날 어머니는 새 고무신을 가슴에 안고 얼마나 눈물을 흘리셨는지, 몇 년 만에 한 화장을 다시 해야 했다.』
 
 -글, 독일 ‘한인회보’에서
 
 
 [11. Januar 1998]
 
 
우리 모두 이렇게 살아 온 사람들 아닌가요?
가난함 속에서도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알았던 사람들 아닌가요?
형제자매와는 챙기는 마음,
 어려움 속에서 사랑, 배려와 고마움을 알고 살았었는데요. 지금 우리는 가족애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 아닌가요?
 
배려와 고마움, 곧‘’가족의 사랑인 것을!
그것은 사람이 가지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