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일본인으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여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며 펼치는
좌충우돌 결혼생활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순하지만 고집이 센 일본인 남편과
유별나지만 마음여린 한국인 아내…,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 부부가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겪게 되는 많은 갈등과 오해,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재치 있게 엮어 가고 있다.
글쓴이는 서문에서 자기 가족을 이렇게 소개한다.
한국에서 온, 은주는 비빔밥에 넣는 재료에
비유하자면 맵디매운 고추장이다.
너무 과하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고
모자라면 맛이 나지 않는…,
은주는 마치 우리 가족의 고추장 같은 존재다.
“당신은 하얀 밥이예요.”
“밥이 없으면 비빔밥을 만들 수 없어, 절대 필요한 존재죠."라고
은주가 말했다.
"그럼 어머니는?"
"음…,
어머니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고사리나물이 어떨까요?"
"아버지는?"
"콩나물, 마르셨으니까요."
아들인 ‘류’에 대해서는
“비빔밥 가운데 올리는 ‘노란 달걀’입니다.”
아내와 내 의견이 일치를 했다.
비빔밥은 비비면 비빌수록
하얀 밥이
고추장이나 참기름, 육수, 나물과 섞여
맛이 나는 것입니다.
나는 은주 눈치를 보느라,
부모님 눈치를 보느라
죽을 지경입니다.
아직, 우리 집은
고추장과 재료가 잘 섞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체, 얼마나 섞여야 맛이 날지,
지금 저의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입니다.
우리 집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섞이지 않는 비빔밥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비빔밥 가족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독일에서 체류하고 사는
우리들의 상황과 너무도 흡사한 부분이 많아 놀라게 됩니다.
더군다나 한독가정들에게는 너무도 흡사한 경험들이 아닐까.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봅니다.
어느 날 식탁에 얇게 자른 토마토가 나왔다.
어머니가 평소대로 소금을 뿌려서 내왔더니
은주가 손을 대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토마토를 싫어해?" 라고 묻자
은주는 고개를 저었다.
"왜 토마토에 소금을 뿌려먹죠?"
"토마토에 당연히 소금을 뿌려 먹어야지!"
"아니에요. 토마토는 설탕을 뿌려 먹어야죠!"
한국 사람은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먹는 것 같다.
유별나게 매운 것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
탄 부분에 간장에 스며드는 감칠맛을
한국 사람은 모를 것이다.
수퍼에서 수박을 팔기 시작한 6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1/4로 자른 수박을 사들고 왔다.
식사 후에 수박을 먹었다.
물론 수박에는 소금이 제격이다.
이것은 상식이다.
수박에 설탕이나 벌꿀을 발라먹는 일본인은
북해도에도,
오키나와에도,
일본,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온 수박에 소금을 뿌리고 있자
은주가
"왜 소금을 뿌려요?" 라고 화를 내기에
"수박에는 소금 뿌리는 거 아냐?" 라고 되물었다.
그녀는
“절대 아니죠.”
“롯데 백화점 앞에서 수박에 소금을 쳐 먹습니까?”
하고 물어 보면
“아뇨” 라고 대답할 거예요.
"그럼 수박에 뭘 뿌려 먹는데?"
“수박은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그대로 먹죠.”
“종종 잘게 썰어서 사이다에 담가 먹기도 하구요."
"…"
한국과 일본의 식생활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으므로
미각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저절로 신음이 나오고 만다.…
사소한 생활습관의 차이가
매일매일 다양한 형태로 나를 놀라게 한다.
역시 한국인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물론, 독일에 사는 우리들도
적지 않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비빔밥처럼 서로 다른 재료들이
잘 어우러져서
기가막한 맛을 내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런 것을 ‘문화적 차이’라고들 말한다.
그리고 생활습관과 사고의 차이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사과, 귤, 포도, 각가지 채소를
믹서기에 넣고
모두 갈아버린다면
잘 혼합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 색깔도 네 색깔도 아닌,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것이 된다.
과일이나 채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이나 맛을 잃어버리게 된다.
혼합의 문제일 것이다.
퍼즐의 재미는
서로 다른 색감들의 조각을 잘 배치하여 모을 때
고유한 색을 통해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간다.
이것이 퍼즐을 맞추는 재미 중의 재미이다.
조화의 모습이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하나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이국에서의 삶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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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하다카 히로시. 그는 1959년생으로 동갑내기인 한국인 부인과 결혼하였고, 슬하에 1999년생 아들 하나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