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입니다. 대만에서 첫 소식을 전합니다.
저는 지난 4월 7일 대만에 잘 도착했습니다. 그 동안 앞으로 일할 곳인 창롱대학(長榮大學)에 인사를 하고, 학교생활 안내를 받고, 머물 집을 청소하고, 비행기 편으로 먼저 도착한 짐을 정리하고, 외국인거류증 신청을 하고 하는 등으로 분주했습니다. 거주할 집은 단층 슬라브 집인데, 오래된 집인데다가 집 주인이 쓰던 물건들을 많이 남겨놓아서 치우고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특히 집 안에는 벽을 타고 돌아다닌다 해서 붙여진 듯한 이름인 "삐후(壁虎)"라 불리는 작은 도마뱀이 살고 있어서 벌레나 작은 동물 같은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아내는 기겁을 하며 근심스런 얼굴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삐후는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친근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아내는 조금씩 정을 붙이는 듯했습니다. 이제는 "함께 살아야지" 라고 말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만 남부의 삐후는 밤낮으로 이따금씩 "꺽꺽"하는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북부에 사는 삐후는 그렇지 않다는군요.
아직 외국인거류증이 나오지 않아 제 이름으로는 전화와 인터넷 신청, 은행구좌 개설 등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만과는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탓인지, 외국인으로 거주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듯합니다. 비자도 3개월 단수로 내주고, 일단 대만에 들어와서 15일 이내에 외국인거류증(ARC: Alien Residence Certificate)이라는 걸 신청해야 합니다. 그것이 외국인에게는 주민등록증 비슷한 것이어서 그것을 받아야 자유롭게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1년짜리 거류증이 나올 거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1년마다 갱신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지금까지는 주로 관광객으로, 그것도 일정기간 무비자인 국가들만 드나들어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남의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대만 기관의 초청을 받아 온 것이고, 초청 기관에서 여러 가지 수속이나 생활에 필요한 사항들을 도와주고 해결해 주어서 크게 걱정할 일은 없지만, 혼자 외국에 가서 생활한다면 언어 문제 등 그 답답함과 불안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돈 벌러 왔다는 생각에서 조금은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본국인들의 시선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이 얼마나 클 것인가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중국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금요일에 처음으로 수업에 참가했습니다. 비록 한 달 늦었지만, 한국에서 조금 공부를 했던 데가 다른 학생들은 서양에서 온 사람들이라 중국어를 익히는 데 우리보다는 어려움이 많은 듯해서 따라갈 만했습니다. 조바심을 떨었던 대로 개강을 하는 3월 초에 도착을 했더라면 수업이 조금은 지루할 뻔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것까지도 다 계산하시고 출국일을 늦추신 게 아닌가 합니다.
원래는 신학부 소속으로 있기로 했는데, 신학부는 가을이 되어야 공식으로 출범을 하기 때문에 우선은 외국어학부에 소속하는 것으로 했고, 외국어학부 일로는 가을 새 학년부터 한국어 기초반 두 강좌를 맡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교목실에서 우선 책상 하나를 내주어서 교목실에 머물면서 교목실에서 하는 일들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도 교목실에서 내 준 자리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은 차분히 책상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만큼 분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분주하고 힘든 한 주간이었지만, 다행히도 이제는 모든 것이 거의 다 정돈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곳이 너무 덥다는 것입니다. 금년은 특히 여름이 일찍 왔다는군요, 도착하는 날부터 30도를 넘더니 수요일에는 33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최고온도도 최고온도지만, 최저온도도 25도 내외입니다. 한국으로 이야기하자면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야 하겠지요. 그래도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에 비가 조금 내려서 지금은 선선한 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이곳 타이난은 북쪽에 있는 타이뻬이보다 5-6도 정도 기온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언어 문제 빼고는 잘 적응해서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는 전기값 많이 나오고 몸에도 좋지 않다며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습니다.
기독교인인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 소개하고 싶어 하셔서 주일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다니시는 쫑쪼우(中州)교회 예배에 참석을 했습니다. 대만장로교회 소속 교회로 집에서는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교목실에서 추천해 준 교회이기도 해서 흔쾌히 따라나섰습니다. 최근 예쁜 새 건물을 짓고 헌당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대만어 예배와 국어(중국어) 예배를 다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부터 교목실의 활동을 참관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주는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교목실 활동이 대부분 중단된다고 합니다. 덕분에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빨리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것이 선교 사역의 첫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제 영어 실력의 문제이든, 상대방의 영어 실력의 문제이든 간에, 영어로는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대화 내용의 범위가 너무 좁게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저를 기억해 주시며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늘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08년 4월 14일
타이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