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09-08-06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5. 7. 06:17

   

샬롬! 

 

4월에는 한국에 관한 대만 뉴스의 주제가 북한의 로켓 발사였는데, 최근 한국 뉴스의 주제는 한국이 아시아에 돼지 독감을 옮긴 첫 국가이고, 그래서 한국 관광을 취소한 사람이 많이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지만, 별로 좋지 않은 면에서 주로 한국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단지 민족적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선교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 없습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야 한국인 선교사로서 제가 활동하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대만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은 대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한국을 얕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이 고속철도 기술을 대만에 수출하고 있음에도, “한국에도 고속도로나 고속철도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 그것도 최고 학부 공부를 하고 외국 물도 먹어본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할 때면 어이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도 대부분 대만에 대해 아는 게 없긴 하지만, 가까이에 있는 나라 사람들 사이에 서로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아시아가 서구 열강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외국인인 걸 알면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왔느냐고 묻습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그렇다고 하고 넘어갑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인을 별로 만나보지 못한 까닭에 질문이 이어져서 대화가 길어지게 마련이고, 아직 원활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대화가 길어지면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일본에서 왔다고 하면 조금은 부러워하는 눈길로 그러냐고 하면서 넘어가 버립니다. 아직 자기도 일본말을 할 줄 안다며 대화하려고 하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인인 줄 알면 그 다음에 주로 묻는 말이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 라는 질문입니다. 이 역시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이고, 그래서 대만과 외교관계가 없어서 북한 사람이 대만에 올 수 없다는 걸 모르고 하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의 오랜 역사와 고유한 문화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최근세사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가수 신해철이 북한의 로켓 발사를 동족으로서 축하한다는 발언을 해서 국내에서 소란이 일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외국에 나가 있으면 남한이나 북한은 외국인들에게 한 민족인 동시에 한 국가처럼 인식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한국 드라마가 대만 텔레비전에 많이 방영됩니다. 저희는 한국에서도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작품들인지 잘 모릅니다만-저희 부부는 그 유명한 “대장금”조차도 보지 않았습니다. 성격상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연속극 종류는 아예 보기 시작을 하지 않습니다-, 대만 대부분의 공중파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를 합니다. 최근에는 “에덴의 동쪽”이 시작되었고, 고 최진실 씨의 마지막 TV 연속극이라는 “내 생애의 마지막 스캔들”이 방영 예고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너무 많이 방송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일본 드라마가 빈번히 방송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습니다. 한국이 우대받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조금 두드러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토를 다는 태도는 결코 공평한 처사라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일본에 대해 관대하면서 한국에 대해 까다롭게 구는 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대만 방송에서는 일본 상품을 일본어로 선전하는 광고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상품의 경우는 저희가 본 바로는 얼마 전부터 정관장 인삼 광고를 한자 자막을 넣어서 한국어 필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유일합니다.

 

한국이 우러름을 받는 경우는 기독교인을 만났을 경우입니다. 대만 기독교인들은 한국 기독교의 교세(물론 과장되고 왜곡된 부분이 많습니다만)를 부러워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고, 한국을 많이 아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한국 기독교가 성장을 하고 한국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묻습니다. 제 대답이 현실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정확한 것인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저는 두 가지로 대답합니다. 첫째는 성령의 역사다. 하나님께서 모진 고난을 겪은 한민족을 불쌍히 여기시고 특별히 사랑하셔서 성령의 역사를 일으켜 주셨다. 둘째는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국인들에 의해 복음이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비서구권 국가들의 경우처럼 제국주의의 확산과 함께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이 전파되었더라면 한국에서도 많은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 앞에서 한국인들은 새로운 신앙을 찾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에서 소망을 발견한 사람들이 먼저 신자가 되고, 그들에 의해 복음이 전파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기독교는 부정적 이미지 없이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었다. 7.80년대의 폭발적 성장도 내적 욕구와 신앙이 맞아 떨어진 데서 비롯된 것이지 외부적 강제나 이입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설명하고 나면 대만에서 선교사로서 나의 위치와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지혜를 얻게 됩니다.

 

이번 학기도 중간고사를 치러서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어가 너무 고도로 발달한 언어여서 가르치고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중국어는 대단히 단순한 언어인데, 그것조차 제대로 배우고 있지 못한 걸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집중해서 공부하지 않는 탓도 있고, 나이 탓도 있고 합니다만, 아무쪼록 저희 부부의 언어 습득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4월달에 인근에 있는 가오슝(高雄) 현의 메이농(美濃)이라는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전형적인 대만 농촌 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자연 경치도 좋은 곳이라고 소개되는 곳이어서 마음먹고 찾아가 보았는데, 그곳에 있는 대만민속촌 상점에서 파는 토산물 속에서 한국산 젓가락을 발견하고 웃음을 금치 못했습니다.

 

   

 

  ‘미가 젓가락’. 5개 60대만달러(2400원 정도)라 적혀 있습니다.

 

서울의 인사동에서도 토산품을 사면 한국산이 아니라 중국산일 경우가 많고, 이곳 대만에서도 국제 행사에 참석해서 기념품을 받으면 중국산인 경우가 많아서 외국 참석자들이 이거 중국산 아니냐고 농담을 하며 묻는 경우가 많은데, 대만 토산품 가게에 한국산까지 있으니, 문화라는 게 원래 예부터 나라와 민족 사이에 교류되며 발달해 온 것이긴 합니다만, 특히 세계가 좁아진 오늘 날 고유문화라는 걸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해야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한국에 납품하던 중국산 대나무 젓가락이 대만에 온 것인지, 한국에 납품하던 대만산 젓가락이 대만 시장에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한국에서 들어온 젓가락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한글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저희 내외를 위한 사랑의 기도와 후원에 감사를 드리며,

 

2009년 5월 6일,

 

대만에서 구창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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