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09-06-10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6. 10. 18:20

 

샬롬!

 

혹시 좋은 소식이 있을까 하고 출근을 하면 우선 한국 인터넷 망에 들어가 주요 소식 헤드라인들을 살펴봅니다만, 좀처럼 고국에서 즐거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습니다. 경제 대통령을 뽑았는데도 경제는 여전히 고전중인 것 같고, 사회는 여전히 많은 충돌들로 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따금 스포츠 분야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빼고는 즐거운 소식은커녕 전임 대통령 자살 같은 자랑스럽지 못한 소식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 전대통령이 자결한 후 이곳 대만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그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곳 전임 총통도 현재 재임기간 중의 금전 문제로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야당 성향을 지닌 방송에서는 두 전임 정치 지도자의 출신이나 경력 등의 유사성을 강조하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만에서도 전임 총통 자살 같은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당의 수사 방식에 대해 경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퇴임 직후부터 반년 가까이 뇌물수수, 돈세탁 등의 혐의로 언론의 공격을 받았던 천수이볜 전총통은 드디어 작년 11월 구속이 되었고,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최근 두 번째 구속기간 연장을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떠돌아온 이야기들에 근거하면 결백하다고 말할 수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삼자인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혐의 입증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전임 대통령을 장기 구속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결코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이고, 단순히 법의 공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 보복이나 억압의 색채가 강하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이 대통령과는 달리 이곳 마 총통은 최근 지지도 조사에서 50%이상을 회복하며 기본적인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경제적으로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의 보수 여당이 북한에 대해 강경 태도를 취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면, 이곳 대만의 보수 야당은 중국에 대해 너무 유연한 태도를 취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국민당 주석이 중국에 가서 대만을 지칭하면서 “우리 타이완 섬”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대만을 스스로 중국의 일개 섬인 것처럼 비하하고 있다고 야당의 공격을 받는가 하면, 마 총통은 중국과의 문서 체결에서 대만에서 쓰는 번자체 한자 대신 중국의 간자체 한자를 썼다고 해서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그는 홍콩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태어났을 당시 홍콩은 영국 영토였고, 번자체 한자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간자체를 굳이 사용한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 총통은 장경국 정권 당시 총통의 영어 통역 비서를 하며 정치에 입문한 사람입니다. 미국 뉴욕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고, 영어에 능숙한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외국 언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이라고는 해도 한 나라의 총통으로서 자기 나라 말을 제쳐두고 영어로 회견을 진행하는 것은 의전적으로나 국가의 자존심 차원에서나 그리 적절한 행동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튼 마 총통은 대만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어 보입니다.

 

그는 국민당 사람답게 “통일”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의 선임자인 장개석이나 장경국 총통 시대의 “통일”이 대만이 주도하는 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지금 그가 주장하는 “통일”은 현실적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통일을 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그것이 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일지 의문입니다. 그는 중국과의 교류를 지지하는 것이 대만이 중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지지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잊고 있는 듯하고, 국민들도 눈앞의 경제적 이익 때문에 그 뒤에 올 더 심각한 불이익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공산당 아래서 사는 것은 싫다고 말하면서도 마 정권의 중국에 대한 굴복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관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 정권이 대단히 노련하게 거대 중국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에 통합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대만은 국가적 정체성 문제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그런 문제에서는 조용합니다. 시골이기 때문일까요? 소란스러운 시위도 볼 수 없고, 학교에서도 정치적인 문제를 놓고 토론을 하거나 집회를 가지는 학생들을 볼 수 없습니다. 시끄러운 소리는 곳곳의 도교 사당에서 걸핏하면 터뜨리는 폭죽 소리와 꼭 밤이 되면 제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와서 몇 시간을 울어대는 이상한 새 한 마리의 울음소리와 철을 맞아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 그리고 한국에서처럼 굉음을 울리며 야간 질주를 하는 오토바이 소리뿐입니다. 그 외에는 다들 조용히 일상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여름철을 맞아 날씨는 더 더워져서 대낮에는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고, 그래서 낮에도 사방은 조용합니다. 더워도 때가 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집이나 가게 앞에 자신들이 섬기는 신들을 위해 음식을 차려 놓고 불을 피워놓고 종이를 태워 바칩니다.

 

이런 적막한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때로는 모든 생각을 놓게 되고, 내가 낯선 땅에 예수의 이름을 전하기 위해 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멍하게 앉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더운 날씨는 열심히, 치열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게 분명합니다. 아무튼 새 학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수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제 학생들의 기말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방학입니다. 이번 방학에는 정말 중국어 공부에 집중을 해서 실력을 향상시켜야 할 텐데, 원하는 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태해지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저희 내외를 위한 사랑의 기도와 후원에 감사를 드리며,

 

2009년 6월 10일,

 

대만에서 구창완 올립니다.

 

 

 

 

 

지난 5월 9일부터 3일간 타이난 현에 있는 시강(西港)에서 도교 행사가 있었습니다.

3년 간격으로 열리는 이 도교 행사는 그 지역에 있는 96개 도교 궁들이 연합해서 하는 행사로,

각 궁들마다 자신들이 주로 섬기는 신의 신상을 메고 나오고,

궁마다 문화공연 팀을 하나씩 구성해서 신상 행렬과 공연 팀들이 지역의 궁들을 순회하고,

마지막에 함께 모여 끝을 맺습니다.

 

 

 

 

 

한 궁에서는 99명의 어린이들을 태운 가마 행렬을 준비했는데,

한 사내아이의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습니다.

 

 

 

  

 

궁 앞에서는 신에게 바칠 종이돈인 진즈(金紙)를 팔고 있었는데,

장수를 기원하며 바치는 돈, 돈을 많이 벌고, 많이 모을 수 있기를 바라며 바치는 돈 등

여러 가지 진즈를 한 세트로 만들어 자루에 넣어 특별 가격 500대만달러(약2만원)에 판다고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행사 마지막 날 밤에 이 진즈들을 산처럼 모아놓고

마주(馬祖) 신이 타고 왔던 배와 함께 태움으로 마조 신을 보내는 것으로 모든 행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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