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09-08-18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8. 20. 13:46

샬롬!

 

 태풍 모라꼿으로 인해 다시 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한국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곳 대만의 태풍 피해는 심각합니다. 한 마을에서는 400명의 주민이 매몰되고, 상황 파악을 위해 나섰던 헬기가 추락해서 조종사들이 사망을 하는 등 현재까지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 명의 수재민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수재민들은 심리적 상처까지 입고 있습니다.

 

대만은 매년 몇 차례씩 태풍 피해를 입는 나라이고, 10년 전 921지진이 있었던 것처럼 지진이 잦은 나라입니다. (어제도 대만 먼 바다에서 6.5 강도의 지진이 있었다고 했는데, 대만에서는 진앙에서 가장 먼 곳에 해당하는 저희 집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금년 들어 여러 차례 이런 지진이 있었습니다.) 이런 심각한 자연 재해로 인해 늘 재난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에 대처하는 준비는 미흡해 보입니다. 작년 대만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것은, 전년도의 태풍 복구가 1년이 다 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여름이 다 되도록 무너진 도로들을 다 복구하지 못하고 있어서 이런 상태에서 태풍이 오면 더 큰 피해를 입겠다 싶었는데, 3일 동안 최고 3천 밀리라는 엄청난 비를 뿌린 모라꼿 태풍이 가져온 88수재로 인해 그런 산간 도로들은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수재를 맞고 나서 확연히 드러난 사실입니다만, 대만 정부의 재해대처 능력이 너무나 미약합니다. 상습 재해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책임 부서가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피해 통계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고, 구호체계도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구호 인력과 자원들이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재난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동원되고 큰 역할을 하는 군대도 효율적으로 지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재난 대책 재원이 너무 적은 데 비해서 이번 수재 피해가 너무 엄청나서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있습니다만,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 자체가 적극적으로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재가 특히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남부 지역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정부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역론적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게다가 현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정책을 펴는 관계로 미국의 지원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해서 태풍이 지나간 며칠 후에야 겨우 헬기 몇 대가 올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도 헬기와 물자 지원을 제의했습니다만, 미국 헬기 지원도 아주 소극적으로 받아들인 형편이라 중국 헬기 지원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래서 물자 지원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을 경계하는 야당 성향의 한 지역에서는 중국이 지원한 조립건물 자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 해외에 지원을 요청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외부교 문서가 발견되어서 많은 소란이 있었습니다만, 현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와 이러저러한 정치적 논리 때문에 인도주의적 지원들이 제약을 받고 있어서 구호 활동은 민간단체와 개인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경우 복구하기까지 최소 3년은 걸릴 거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관심과 기도와 도움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대만 정부가 대해대처 능력을 보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도 국내적으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고, 해외에도 사랑의 손길을 보내야 할 곳이 무수히 많지만, 수재로 인해 대만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기억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수재민 구호를 호소하는 동영상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동영상은 제 블로그에도 있습니다.)

 

   

   2009년 8월 18일

 

 

   대만에서 구창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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