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09-10-16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10. 16. 13:54

 

샬롬!

 

태풍 모라꼿이 50년만의 큰 수해인 ‘88수재(水災)’를 남기고 간 후로 거의 두 달 동안은 태풍도 지나가지 않고 큰 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재민들이 피해 복구를 하는 데 조금은 어려움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9월 말 거의 동시에 발생한 17호 파르마 태풍과 18호 멜로르 태풍이 대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만은 초 긴장상태에 들어갔습니다. 모라꼿 태풍 때 가볍게 생각해서 대비를 소홀히 했다가 큰 피해를 입은 후로 피해 주민들로부터 맹공격을 당했던 정부도 이번에는 일찍부터 대비를 했습니다. 태풍이 대만 근처로 다가오자 88수재 때 큰 피해를 입고 피신을 했다 다시 마을로 복귀한 사람들을 강제로 대피시키고 군대를 동원해서 태풍에 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멜로르는 대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을 했고 예상 진로도 대만과는 상관이 없어서 결국 대만과는 상관이 없는 태풍이 되었고, 그 대신 일본을 길게 관통하고 지나가면서 일본 여러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문제는 파르마 태풍이었습니다. 필리핀 북쪽에서 대만으로 올라 오리라던 예상과는 달리 태풍은 거의 180도 선회를 해서 다시 남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다시 필리핀 북쪽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서 대만은 여러 날 동안 태풍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긴장을 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반면 필리핀 북부 지역 사람들은 태풍이 지나갔는가 했더니 다시 태풍을 돌아와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후로도 파르마는 오래 동안 살아남아서 베트남 북부를 통해 중국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튼 대만으로서는 다시 태풍 피해를 입는 일을 겪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었지만, 태풍 소식 때문에 중추절을 어수선하게 보내야 했고, 모라꼿 이후로 특히 남부 지역에서는 거의 비다운 비가 내리질 않아 무덥고 긴 여름을 보내야 했습니다. 태풍은 멀리 가버렸지만 태풍이 일부 남기고 간 습한 공기가 대만 북동부에 비를 뿌려서 최근 그 지역에서는 여러 날 동안 수백 밀리의 비가 내려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덕분에 그 지역은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곳 남부 지역은 아직도 26도에서 31도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역시 가을이라 최저기온이 25도 가까이 떨어지니 이제는 밤에 쾌적하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태풍이 비껴갔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무사히 중추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처럼 3일 연휴가 아니라 하루만 쉬지만, 금년은 중추절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요일을 껴서 연휴처럼 가족들도 만나고 여행들도 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고속도로가 붐빈다는 소식, 고속도로 출입구를 일부 통제한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지난해에는 노인들이 주로 사는 작은 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에 몰랐는데, 금년에는 조금 더 큰 마을로 이사를 와서 살다보니 폭죽놀이가 요란했습니다. 평소에도 폭죽놀이, 불꽃놀이를 좋아하는 대만사람들인지라 명절에는 더욱 소란스러웠습니다. 문제는 밤늦게까지 폭죽을 터뜨린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어지간해서는 수면방해를 받는 일이 없기 때문에 몰랐습니다만, 소리에 민감한 아내는 중추절 전날과 중추절 이틀에 걸쳐 새벽 두 시를 넘어서까지 폭죽을 터뜨려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터뜨리는 사람은 각자 잠시 터뜨리고 들어가겠지만, 멀리까지 소리가 들리다보니 집 안에서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녁 예닐곱 시부터 시작해서 새벽 두세 시까지 계속 폭죽을 터뜨리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여기서는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걸핏하면 폭죽 소리가 들입니다.

 

학교는 정식 개강을 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걱정했던 대로 영어성경 강독 강좌는 인원 미달로 폐강이 되었고, 결국 이번 학기에도 네 강좌를 맡게 되었습니다. 한국어 강좌는 한 반에 20여 명씩 등록을 해서 학생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어에 관심이 있어서 등록한 학생들이지만 새로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어 하며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 탓에 2학기가 되면 계속 공부 하려는 학생이 몇 명밖에 남지를 않아 강의가 제대로 개설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진도를 늦추고 목표도 낮춰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입생 필수과목인 “인생철학”은 이번 학년부터는 “창롱정신(長榮精神)”으로 바뀌었습니다. 창롱대학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을 좀 더 집중적으로 소개한다는 게 과목 이름을 변경한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강의의 전체적인 틀과 소주제들이 다 변경되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지난 번 “인생철학”의 틀이 더 낫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생철학”은 더 다양한 주제들을 담고 있어서 신입생들이 자신의 삶을 폭넓게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고, 성경의 내용들도 더 다양한 측면에서 소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기독교적인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기독교 인구가 4퍼센트 내외인 대만에서 성장한 학생들에게 기독교는 생소한 종교요 문화이고, 그러다보니 성경과 기독교에 관련된 내용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잘 알아듣지를 못하다보니 집중해서 강의를 듣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도 학교에서는 번역과 신입생들을 저에게 맡겼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적인 내용을 영어로 강의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인명이나 지명을 영어로 이야기하면 기독교나 성경의 내용을 제법 아는 사람도 금방 알아듣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어는 발음에 한계가 많아서 외국어 표기가 원래 발음과 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영어는 모든 외국의 고유명사를 영어식으로 읽기 때문에 중국식 발음만 접해 온 학생들은 영어 발음을 들으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합니다. 가령 ‘야곱’은 히브리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다면 ‘야아코브’이겠지만, 중국어에서는 ‘야꺼(雅客)’이고 영어에서는 Jacob이라 쓰고 ‘제이콥’이라 읽습니다. ‘요셉’(요세프)은 중국어로는 ‘웨써(約瑟)’이고 영어 발음은 '조셉(Joseph)'입니다. 그러니 영어로 성경이나 기독교와 관련된 책을 읽어본 학생이 아니라면 ‘제이콥’이 ‘야꺼’를 가리키고 ‘조셉’이 ‘웨써’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아듣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번역과 학생들이라 해도 신입생들이라 영어 강의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강의 내용은 철저하게 파워포인트로 준비를 해서 강의 내용을 거의 다 화면으로 보여 주며 강의를 합니다. 그리고 고유명사, 학생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기독교적 용어, 혹은 어려운 단어들은 옆에 한자를 병기해서 이해에 도움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강의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핑계이겠지만, 강의 준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새 학기 들어서는 블로그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소식도 늦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중국어 공부도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눈앞에 닥친 내 일을 처리하느라 허둥대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더위가 더 오래 계속되고 있는 탓인지 몸이 계속 나른한 상태에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행히 며칠 사이로 기온이 조금 내려가서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있고 일에 능률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조만간 블로그에 새 자료들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태해지지 않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009년 10월 16일

 

 대만에서 구창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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