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청포도

행복나무 Glücksbaum 2002. 8. 15. 22:41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북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 이육사, 청포도,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