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높은 곳을 보는 혜안이 있었다면

행복나무 Glücksbaum 2010. 1. 18. 17:57

 

「한 아이가 설날 세배하러 가다가 길에서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주었습니다. 그는 새해 첫날에 생긴 대단한 행운이라 여겼고 이런 행운이 계속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혹시나 돈이 떨어져 있지 않나하고 길을 걸을 때마다 땅만 보고 다녔습니다. 학교에 가서도 복도나 운동장에 동전이 떨어져 있지 않나 하는 데만 정신을 쏟았습니다. 그게 버릇이 되어 그는 죽는 날까지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걸어 다녔습니다. 그 덕에 그는 오백 원짜리 수 천 개나 주웠습니다. 물론 임자 없는 백 원짜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 대신, 이 아이는 비가 갠 다음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무지개나 장엄한 저녁놀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는 새들이 푸른 창공을 나는 모습도, 붉게 타오르는 단풍도,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단말머리 소녀의 활짝 핀 웃음도 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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