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최저기온이 30도로 올라갔고, 최고 기온은 35도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타이베이는 며칠 전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비가 내려도 기온이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한국도 요즘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지난 달 소식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兩岸經濟合作架構協議) 가 지난 6월 29일 1년 넘게 계속된 논쟁 속에서 드디어 체결되었습니다. 야당에서는 서명 이전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찬반 의사를 물어야 한다며 10만 9천 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제출했지만, 정부는 6월 초 이 안건이 국민투표법 규정에 의거한 투표 대상이 아니라며 국민투표 청원을 부결했고, 6월 28일에는 10만 여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열어 국민투표를 다시 요구했지만, 정부는 29일 중국 충칭(重慶)에서 서명을 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중국이 대만에 539개항에 대해 관세를 인하하고, 대만이 중국에 267개 항목을 개방하며. 서비스 무역 분야에서는 대만 측은 9개 항목을 개방하고 중국 측은 11개 항목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ECFA 체결을 지지하는 대만의 경제학자들은 ECFA 체결 이후 대만과 한국은 ‘전면경쟁시대’에 돌입하였고, 특히 중국 대륙 내에서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ECFA 체결이 대만이 한국을 앞지를 수 있는 첫 발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ECFA 체결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협정이 대만의 대기업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일반 노동자나 중소기업은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만에 중국의 영향 아래 들어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 경제학자들은 대만과 한국의 중국에 대한 주요 수출 상품이 중복되고 있어서 그 동안도 양국이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번 대만과 중국의 ECFA 체결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고, 따라서 중국 진출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만 정부는 7월 1일 ECFA와 지적재산권보장협정을 입법원(국회)으로 송부했습니다. 당연히 여당은 간략한 방식으로 국회 심의를 통과하려 했고, 야당은 세밀한 검토를 하며 가능한 한 국회 통과를 저지하려 했습니다. 야당에서는 최소한 협정 내용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에서는 이미 서명한 협정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추후 다른 협정을 체결하는 데 좋지 않은 선례가 된다며 반대했습니다. 지난 8일 몇 개 법안과 함께 ECFA 검토를 위한 임시국회가 소집되었는데, 둘째 날인 9일 여당은 2번의 독회가 끝났으므로 종결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아직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종결에 반대를 했습니다. 여당의 종결 강행이 예상되었고, 여당 의원들이 먼저 의장 주위 단상을 점거했고, 야당 의원들은 단상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자주 보던 몸싸움이 벌여져서 부상자도 생긴 가운데, 의장은 상황 발생 몇 분만에 모든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연히 야당에서는 의회 법규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몸부림과 외침에도 불구하고 의장은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반대를 주장하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며 모든 과정은 합법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이곳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의 저항이 있다 하더라도 ECFA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범국민적인 반대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황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들어간 듯합니다. 아무튼 대만과 중국의 ECFA 체결은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는 흔치 않은 대만의 뉴스였습니만, 과연 ECFA가 대만 경제 활성화에 약이 될는지 독이 될는지, 그리고 한국 경제에는 얼마만큼이나 영향을 미치게 될는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종강이 되고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 교정이 썰렁하지만, 교목실은 방학 초반에 있는 행사들로 아직은 분주합니다. 종강 직후인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대만과 홍콩의 기독교 대학 학생들의 연합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양쪽이 번갈아 주관을 하는데, 작년에는 홍콩에서 열렸고, 금년은 대만 차례로 제가 있는 창롱대가 주관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만의 6개 대학에서 60여 명, 홍콩 2개 대학에서 40명 정도의 학생과 인솔자들이 참가했습니다. “몸과 마음과 영혼의 전인교육(身心靈的全人敎育)”을 주제로 오전에는 강의와 토론, 오후에는 활동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독학생답게 모두들 성실한 자세로 프로그램에 임했습니다. 아침 저녁 기도회는 참가 학교들이 나누어 맡았는데, 모두들 성실히 준비를 해 왔고, 다른 학생들도 모두 진지하게 참여를 했습니다. 마지막 이틀은 친교 프로그램으로 대만의 남부 지역을 함께 유람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여행을 한다는 건 젊은이들에게도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역시 더운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라 그런지 큰 불평 없이 즐거운 모습으로 일정을 마쳤습니다.
두 번째 행사로 11일부터 여름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목실의 원주민 학생 동아리가 해마다 여름이면 한 교회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하며 여름학교를 여는데, 금년은 남부지역의 핑동시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가르치는 여름성경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교 공부를 도와주는 학습 지도 활동입니다. 물론 여름성경학교에서 하는 것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포함됩니다만, 평소 교회에 다니지 않던 어린이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학습 지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봉사활동은 18일까지 8일간 계속됩니다.
태풍 발생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만, 아직 태풍이 상륙하지 않은 때라 더위가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기 시작하면 더위는 조금 진정되겠지만, 지난 해 88수재처럼 또 큰 비 피해를 입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지난 해 피해도 다 복구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피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기도드릴 뿐입니다. 해마다 이렇게 자연 재해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니 대만 사람들이 재물신과 함께 토지신을 열심히 숭배하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여름 더위를 건강히 잘 견뎌내기를 바라며, 늘 기도해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2010년 7월 13일,
대만에서 구창완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