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이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네.
누이는 북상투 동생은 쌍상투
누이는 이제 겨우 말 배울 나이
동생은 더벅머리 늘어뜨리고
어미 잃고 울면서
갈림길 헤메이 네.
그들 잡고 물어보니 목이 메어 말 더듬네.
“아버진 집 떠나고
어머닌 짝 잃은 새
쌀 뒤주 바닥나 사흘을 굶었다오.
엄마하고 나하고 흐느껴 울어
눈물 콧물 두 뺨에 얼룩지는데
어린 동생 울면서 젖을 찾으나
젖은 이미 말라서 붙어 버렸소.
어머니 내손 잡고
어린 것 이끌고서
산골마을 다니며
구걸해서 먹였다오.
어촌장에 이르러선
엿도 사서 먹였는데
이 길가 버드나무 밑에 와서는
어미 사슴 새끼 품듯 안고 재워서
아이는 포근히 잠이 들었고
나도 역시 죽은 듯 잠들었는데
잠깨어 이리저리 살펴봤으나
어머닌 여기에 없었답니다.“
말하다가 울다가
눈물을 비 오듯
해 저물어 어둔 하늘
새들도 집 찾건만
외로운 두 남매
갈 집이 없네.
슬프다, 이 백성들 본성마저 잃었구나.
부부간 서로도 사랑하지 못하고
어머니도 제 자식 돌볼 수 없네.
갑인년에 이 몸이
암행어사 되었을 때
임금님 당부가 고아를 보살펴 고생 없이 하라고 부탁했건만
벼슬하는 사람들
감히 이 말 어길소냐.
시, 정약용 (1810)
[재입력/ 10. Aug.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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