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9 3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시, 정호승 [재입력./ 02.Mai.2021]

살아 있을 동안에

병실에 누워 보았니 아파 본 사람은 안다. 삶의 나락까지 떨어져 보았니 오래 아파 본 사람은 안다. 마음 얹어둔 자리 풀린 올 하나 붙들어 주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오래 위로받아 본 사람은 안다. 곁에 있어 마음 의지하는 일이 얼마나 든든하고 따뜻한 일인지 사랑을 잃어 본 사람은 안다. 함께했던 시간이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었는지. 오래 안아주고 오래 사랑하며 오래 그리워하자. 우리 살아 있을 동안에... [18.Jan.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