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7 9

독일, 사는게 너무 벅차서

독일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온다. 어학연수건, 홀리데이 웤이든, 유학이든, 언어적 장벽, 사회적 장벽, 문화적 장벽,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홀로 사는 삶’ ‘홀로 답을 찾아야 하는 삶의 가치’ ‘홀로 가야하는 구도’ 찡찡이의 글에 내눈길이 가서 여기 내 노트 메모에 담아둔다. …. :- @ 요즘따라 독일애들이 더 짜증나네요.. 독일이라는 나라.. 인종차별 장난 아닌거같아요. 그런데 제일 짜증나는건 그래놓고 겉으로는 이타적인 '척', 자기가 희생하는 '척', 새로와서 모르지? 모르면 알아서 물어봐라 해놓고 물어볼틈도 최소한의 설명도 전혀 해주지않고 자기들끼리 상의하고 결정하고 저한테 일 몰아주기로 "통보"해놓고 그걸 "discussion"이라 칭하는 것도 웃겨요. 물어봐도 자기 할말, 필요한 것만 묻..

토지는 생산물을 일구는 노동자가 주인이어야 한다.

1991년 말 소비에트가 해체하자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는 졸지에 벼락 맞은 듯 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었듯이, 쿠바는 ‘평화 시의 특별기간(El período especial en tiempos de paz)’이란 국가비상사태를 겪으며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렸다. 1959년 혁명 후 30여 년간 쿠바가 이룩한 괄목할 여러 성과는 소비에트에 의존한 신기루 유토피아였을까? 1992년 피델 카스트로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쌀은 이미 바닥이 났고, 콩은 50%, 식물성 기름은 16%, 라드 7%, 연유 11%, 버터 47%, 분유는 22% 밖에 남지 않았다." 1992년에는 수입액이 80% 급락하고 실질 경제는 60%이상 추락했다. 이때 쿠바가 상실한 무역량 80%는 식료품과 의약품이었다. 미국은 이..

기차는 좀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

어릴 적엔 강 건너 산비탈 마을 기차가 지나갈 때 손 흔들었지 창밖으로 모자를 흔들던 이가 바람에 모자를 놓쳤을 때 보기 좋았지 어른이 되어 기차를 타면 창밖으로 모자를 흔들고 싶었지 강 건너 앵두꽃 핀 마을 아이들이 손을 흔들면 창밖으로 하얀 모자를 흔들다 명주바라에 놓아주고 싶었지 모자를 열 개쯤 준비해 강마을의 아이가 손을 흔들 때 하나씩 바람에 날리는 거야 KTX는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달리지 손을 흔드는 아이도 없지 기차는 좀 느리게 달려야 해 사람은 좀 느리게 살아야 해 사람이 기차고 기차가 사람이야 미친 듯 허겁지겁 사는 거 부끄러워 시속 삼십 킬로미터면 강마을 아이들과 손 흔들 수 있어 시속 이십 킬로미터 구간에선 초원의 꽃들과 인사 나눌 수 있지 시속 십 킬로미터면 초원의 소들에게 안녕,..

논두렁에 콩을 심는 이유 [시, 나종영]

콩밭에 콩 심을 때 한 구멍에 콩알 세 알 심는 이유, 넌 알지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흙속에 벌레가 먹고 남은 한 알이 흙속에서 썩어 새싹으로 움터져 나온다는 것 알지? 그런데 너 밭에 콩 안 심고 논두렁에 콩 심는 이유는 아니? 논에 벌레가 연한 콩잎 먹으러 논두렁으로 달려오고 벌레 먹은 콩잎 매단 콩깍지가 더 많은 콩을 담고 있는 것 아니? 비가 오는 날 물꼬를 보러 가는 농부가 왜 주머니에 씨앗콩을 넣어 가는지 이제 짐작이 가니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날 논가에 키 큰 미루나무가 땡볕에 서서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이치를, 넌 알고 있니? 시, 나종영 [3.Apr.2016]

집담회에 대한 전언에 기쁨과 감사.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입니다만 후배들이 겪은 이야기를 오늘 다시 불러내 의미 있는 모임을 가졌다니 감회가 큽니다. 그들이 최근 한신대 간첩단 사건에대해 지밤회를 가진것같습니다. ...... 42년만에 재심을 통하여 무죄로 확정된 한국신학대학 간첩단 사건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우리 사건으로 인하여 우리 신학대학 민주화학생운동이 위축되지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당시의 모든 일이 하느님의 손길에 의해서 진행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동지들께서 함께 겪은 고난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따르는 길이었고 민족의 고난에 동참한 일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주선진국이 된데는 한신민주화 형제자매 여러분의 고난과 열정이 깃..

카테고리 없음 2022.11.17

흰소 이야기

인도에서 일하는 흰소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소는 예수와 같았다. 째찍에 맡기도 하고, 수레를 끌기도 하고 급기야는 아이들에게도 손가락질을 당한다. 누렇게 생긴 황소들이 거리에서 배를 깔고 누워있다. 거기에 흰소가 나타났다. 부활한 예수 같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이 아니었다. 코르나19로 심각하게 예배당 문을 닫아야 했다. 온라인 비대면 예배라고 해서 지구상의예수는 어느 큼직한 교회 밑에 쓰러져 노숙자가 됐다. 90년 전에는 쪽발이 놈들에게 징병으로 끌려가 지옥도에서 흰소로 살아 났다. 남양군도의 피비내리는 거기에서도 흰소로 부뢀 했다. 몇년 전에도 흰소는 종로 3가를 걷고 있었다. 우보천리, 만리,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람들 틈을 지나고 있었다. 제사 상에 촛불은 거의 타고 이제 심지조차도 타들어..

6월항쟁20주년]박종철 사망사건의 전말 (上)

아아, 박종철, 민주화 밑거름되다. 20년 전 한 젊은이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 정치사상 가장 빛나는 민주주의 혁명인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이다. 부정한 권력이 만든 범죄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타올랐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시민의 가슴에 총구를 난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도 서슴지 않았던 철권정권도 온 국민의 고문 규탄과 민주화 열망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빛나는 민주화의 밑거름이 된 박종철의 죽음. 세월의 흐름도 그 죽음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없다.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 수석(65)으로부터 박종철 사망사건의 전말을 담은 원고지 200장 분량의 기고문을 받았다. 이를 3회에 거쳐 게재한다. 〈편집자..

6월항쟁 20주년: 박종철 사망사건의 전말 (上)

아아, 박종철, 민주화 밑거름되다. 20년 전 한 젊은이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 정치사상 가장 빛나는 민주주의 혁명인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이다. 부정한 권력이 만든 범죄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타올랐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시민의 가슴에 총구를 난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도 서슴지 않았던 철권정권도 온 국민의 고문 규탄과 민주화 열망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빛나는 민주화의 밑거름이 된 박종철의 죽음. 세월의 흐름도 그 죽음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없다.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 수석(65)으로부터 박종철 사망사건의 전말을 담은 원고지 200장 분량의 기고문을 받았다. 이를 3회에 거쳐 게재한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