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굶주리는 백성들

행복나무 Glücksbaum 2002. 6. 25. 23:09

마른 목은 길쭉하여 따오기 모양이요.

병든 살갗 주름져 닭살 같구나.

우물은 있다마는 새벽 물 긷지 않고

땔감은 있다마는 저녁밥 짓지 못해.

 

………

 

관가의 돈 궤짝 남이 볼까 쉬쉬하니

우리들 굶게 한 건 이 때문이 아니더냐.

관가 마구간에 살찐 저 말은

진실로 우리들의 피와 살이네.

 

………

 

많고 많은 백성들 태어나서는

여위고 말라서 도탄에 빠졌으니

갈대처럼 마른 몸을 가누지 못해

거리마다 만나느니 유랑민뿐이로세.

 

………

 

고관대작엔 술과 고기 풍성하고

거문고, 피리소리, 예쁜 계집 맞이하네.

희희낙락 즐거운 태평세월 모습이여

나라정치 한답시고 근엄한 체하는 꼴

“오곡이 풍성하여 산더미 같은 데

게으른 굶는 것은 모두 다 제 탓이지.“

 

 

 

글,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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