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106

흰소 이야기

인도에서 일하는 흰소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소는 예수와 같았다. 째찍에 맡기도 하고, 수레를 끌기도 하고 급기야는 아이들에게도 손가락질을 당한다. 누렇게 생긴 황소들이 거리에서 배를 깔고 누워있다. 거기에 흰소가 나타났다. 부활한 예수 같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이 아니었다. 코르나19로 심각하게 예배당 문을 닫아야 했다. 온라인 비대면 예배라고 해서 지구상의예수는 어느 큼직한 교회 밑에 쓰러져 노숙자가 됐다. 90년 전에는 쪽발이 놈들에게 징병으로 끌려가 지옥도에서 흰소로 살아 났다. 남양군도의 피비내리는 거기에서도 흰소로 부뢀 했다. 몇년 전에도 흰소는 종로 3가를 걷고 있었다. 우보천리, 만리,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람들 틈을 지나고 있었다. 제사 상에 촛불은 거의 타고 이제 심지조차도 타들어..

6월항쟁20주년]박종철 사망사건의 전말 (上)

아아, 박종철, 민주화 밑거름되다. 20년 전 한 젊은이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 정치사상 가장 빛나는 민주주의 혁명인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이다. 부정한 권력이 만든 범죄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타올랐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시민의 가슴에 총구를 난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도 서슴지 않았던 철권정권도 온 국민의 고문 규탄과 민주화 열망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빛나는 민주화의 밑거름이 된 박종철의 죽음. 세월의 흐름도 그 죽음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없다.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 수석(65)으로부터 박종철 사망사건의 전말을 담은 원고지 200장 분량의 기고문을 받았다. 이를 3회에 거쳐 게재한다. 〈편집자..

6월항쟁 20주년: 박종철 사망사건의 전말 (上)

아아, 박종철, 민주화 밑거름되다. 20년 전 한 젊은이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 정치사상 가장 빛나는 민주주의 혁명인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이다. 부정한 권력이 만든 범죄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타올랐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시민의 가슴에 총구를 난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도 서슴지 않았던 철권정권도 온 국민의 고문 규탄과 민주화 열망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빛나는 민주화의 밑거름이 된 박종철의 죽음. 세월의 흐름도 그 죽음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없다.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 수석(65)으로부터 박종철 사망사건의 전말을 담은 원고지 200장 분량의 기고문을 받았다. 이를 3회에 거쳐 게재한다. 〈편집자..

Friedrichshöhe (Werder)에서

동영상, Friedrichshöhe 에서 바라본 Fluß Havel 과 Insel Werder. ...... 코로나바이러스-19에 대한 걱정은 시민들에게 두려움을 갖게 한다. 베어더 시민서비스(Stadtverwaltung Bürger Service)센터를 찾아갔다. 현주소를 옮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문은 굳게 닫혀있다. 공지안내문만 현관문에 걸려있다. 4월 17일까지..., 고난주간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발길을 돌려 Hoher Weg 으로 들어섰다. 머리 속은 시끄럽다. 앞으로 강화될 외출제한이나 통행금지령이 내려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뉴스는 시간마다 전해지고 그 긴박함을 알리고 있다. 폐쇄조치는 전염병 확산이 늦추어지기를 바라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비상조치의 일환이다. 때문에 ..

“겨울 강에게”

너는 이제 명심해야 한다. 겨울이 오는 순간 강심까지 깊게 얼어붙어야 한다. 더이상 가을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하게 절벽에 뿌리를 내린 저 바위처럼 단단해져야 한다. 너는 강물로 만든 바위이며 얼음으로 만든 길이다. 그동안 너의 살얼음을 딛고 걷다가 내가 몇번이나 빠져 죽었는지 아느냐 살얼음이 어는 강은 겨울 강이 아니다. 너는 쩡쩡 수사자처럼 울음을 토해내고 얼어붙어 내 어릴 적 썰매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외할머니 집에 가듯 나의 겨울 강을 건너가게 해야 한다. 나는 이제 강을 건너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누가 너의 심장 위에 뜨거운 모닥불을 피워도 얼음낚시꾼들이 오갈 수 있는 물길 하나 남겨두고 더욱 깊게 침묵처럼 얼어붙어야 한다 살얼음이 언 겨울 강에 빠져 늘 허우적거리며 살아온 나는 ..

검찰과 언론

검찰과 언론의 칼춤은 반드시 멈추어야한다. 두 개의 막강한 칼잡이 집단의 어지러운 검무(劍舞)에 매일 신문과 방송을 보기가 두려워질 정도다. 법과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검(檢)이라는 칼과 진실의 전달이라는 사명의 허울 뒤에 ‘진실을 제조’해내고 ‘사실을 가공’해내는 언(言)이라는 칼, 이 두 개의 칼이 한 몸으로 어울려 불러대고 추어대는 이중창과 2인무의 파열음과 광무(狂舞)가 귀를 찢고 눈을 산란케 한다. 검란(檢亂)과 언란(言亂),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결과이자 원인이다. 한쪽이 다른 쪽을 낳고 그 다른쪽이 다시 상대를 키워주는 상인상과(相因相果)의 관계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의 두 개의 칼의 등등한 기세는 또한 그 전성(全盛)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치닫는 것이기도 하니, 그 점에서 우리는 애써 낙관..

봄날에 꽃을 들고

봄을 기단리던 때가 언제였던가 겨울을 좀더 붙들어두고 싶어 안달을 해온 때가 또 언제부터였나 어릴 적엔 깊고 으스스한 겨울밤이 좋아 아득히 꾸던 꿈들이 흩어질까봐 그 멀고 먼 나라로 데려가던 눈부신 설원이 사라질까봐 그러나 날이 풀리면 정든 이들 살길 찾아 뿔뿔이 떠났기에 땅이 풀리면 고된 노역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펼쳐지는 것은 화원 아니라 화혼이었기에 풀려나온 것은 심장을 찢는 비명이었기에 흩날리는 것은 꽃향기 아니라 피비린내였기에 애도의 회한들이 얼음 풀리듯 터져나오고 아픈 기억이 짓뭉개진 손톱에 핏물 적시기에 겨울을 오래 붙들어두고 싶었네 꿈은 더 깊어졌으면 했었네 하지만 가버렸네 다 가버렸고 꽃잎 여는 소리를 듣던 두 귀도 잎새 흔들던 바람에도 나비처럼 타오르던 심장도 이제 영영 내 것이 아니네 ..

해충 퇴치 살충제

화분에서 꽃을 키워 보기로 함. 한국의 발콘보다 독일의 발콘 공간은 매우 작다. 발콘의 위치는 서쪽이니 햇빛도 바팜고 부족하다. 그래도 심심한 하루를 잘 보내려면 삼식이로만 살순 없잖아. ... 화분이나 정원 꽃밭에 해충을 제거하려면 살충제를 사용해야 한다. 한국에선 비오킬을 사용했는데 독일에서는 어디서 판매하나? 독일 경우 화분이나 정원 꽃밭에 뿌리파리가 생기면 Garten Center 나 식료품점 또는 DM에서 구입 가능하다. 해충은 흙이 축축하면 잘 생기니까 2-3일 간격으로 물을 주어야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된다. 우유와 물을 1:10으로 오일 몇방울 떨어트려서 원액을 만들고 물에 희석해서 분무를 자주 해주면 효과가 있다. 진균모기(Fungus Gnats)경우 노란색 끈적이를 꽂아놓고 흙 속에..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따금 나는 생각한다. 무당벌레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아니, 삶이 더 가벼울 것이라고, 더 별의 눈동자와 닮을 것이라고, 멀리 날지는 못해도 중력에 구속받지 않을 만큼은 날 수 있다. 혼자 혹은 무리 지어 날 만큼은 아무도 그 삶에 개의치 않고 언제든 원하는 장소로 은둔하거나 실종될 수 있다. 명색이 무당일 뿐 이듬해의 일을 점치지 않으며 죽음까지도 소란스럽지 않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도착한다. 운 좋으면 죽어서 날개하늘나리가 될 수 있고 더 운 좋으면 무로 사라질 수도 있다. 어떤 결말이 기다린다 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니까. 아니, 기꺼이 원하니까. 큰 순환에 자신을 내맡기는 기술은 이들을 따를 자가 없으니까. 지구에서 일만 오천 일을 머물면서도 내가 배우지 못한 것이 그것이..